녹내장, 제 생활습관 때문에 생긴 걸까요?
녹내장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는 안압이지만, 우리나라 환자의 70~80%는 안압이 정상인데도 생긴 정상안압녹내장입니다. 안압을 올린 생활습관을 찾는 질문이 대부분 빗나가는 이유입니다.
녹내장은 눈으로 들어온 빛을 뇌로 전달하는 시신경이 손상되는 병이고,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는 안압입니다[1]. 안압은 눈 안쪽의 압력을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녹내장 환자의 70~80%는 안압이 정상인데도 생긴 정상안압녹내장입니다[1]. 그래서 안압을 올린 생활습관을 찾는 질문은 대부분의 국내 환자에게 답이 되지 않습니다.
"녹내장 원인이 노화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안압이 높아지는 생활습관 때문이라고 합니다. 단순히 생활습관 때문에 30대에도 녹내장이 생길 수 있나요??" 실제 질문 게시판의 이 문장처럼, 많은 사람이 자기 습관에서 원인을 찾습니다.
안압이 정상인데 왜 녹내장이 생기나요?
정상안압녹내장은 시신경이 상대적으로 취약해서 정상 안압에서도 손상이 일어나는 경우로 여겨집니다[1].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입니다[1].
안압이 정상이어도 녹내장이 생기는 경로가 있습니다[1]. 하루 동안 안압 변동이 심한 경우, 시신경 혈액순환이 나쁜 경우, 유전적 요인이 있는 경우입니다[1].
숫자로도 확인됩니다. 충청 남일면 40세 이상 주민 1,532명을 조사한 남일연구에서 원발개방각녹내장 유병률은 3.5%였습니다[2].
이 3.5% 안에서 안압이 21mmHg 이하인 경우가 2.7%였습니다[2]. 안압이 22mmHg 이상인 경우는 0.8%였습니다[2].
원발개방각녹내장은 방수가 빠져나가는 통로가 열려 있는데도 특별한 원인 질환 없이 생기는 녹내장을 말합니다[1]. 우리나라에서는 이 가운데 대다수가 안압이 정상 범위 안에 있는 셈입니다[1][2].
안압은 왜 올라가나요?
안압은 눈 속을 채운 방수라는 액체가 얼마나 만들어지고 얼마나 빠져나가는지로 정해집니다[1]. 방수는 눈의 형태를 유지하고 안구 속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투명한 액체입니다[1].
각막 뒷면과 수정체 사이에는 전방이라는 공간이 있고, 그 주변부의 전방각에 방수가 빠져나가는 배출 통로가 있습니다[1]. 이 통로가 넓으면 개방각, 좁거나 막히면 폐쇄각이라고 부릅니다[1].
배출 통로에 문제가 생겨 방수가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면 안압이 올라갑니다[1]. 안압의 정상범위는 일반적으로 10에서 21mmHg입니다[1].
높은 안압이 지속되면 그 압력에 시신경이 눌려 손상됩니다[1]. 손상이 진행될수록 시야가 점점 좁아집니다[1].
남일연구에서도 녹내장이 있는 눈의 평균 안압은 16.3mmHg로 그렇지 않은 눈의 13.3mmHg보다 높았습니다[2]. 안압이 여전히 중요한 인자라는 것은 이 숫자가 보여 줍니다.
엎드려 자거나 어두운 데서 휴대폰을 보면 녹내장이 생기나요?
엎드려 자는 습관, 어두운 곳에서의 화면 사용, 고강도 운동은 질병관리청이 정리한 녹내장 위험요인 목록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1]. 목록에 없다는 것과 무해하다는 것은 다른 말이지만, 이것들을 원인으로 지목할 근거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포털이 정기 검사가 필요하다고 든 경우는 습관이 아니라 조건 쪽입니다[1]. 안압이 높은 경우, 40세 이상, 가족력, 당뇨병과 저혈압과 심혈관질환 같은 전신 질환, 근시나 원시나 당뇨망막병증 같은 안과 질환, 스테로이드 약물 사용이나 눈 외상력입니다[1].
"제가 강도 높은 운동을 매일 했는데, 안압이 높아져 녹내장이 왔다고 합니다." 이런 질문이 반복되는 이유는 안압이라는 단어가 습관과 연결되기 쉬워서입니다.
다만 국내 환자의 70~80%는 애초에 안압이 정상입니다[1]. 습관에서 원인을 찾는 질문이 대부분 빗나가는 이유입니다.
담배와 술은 어떤가요?
담배와 술은 생활습관 중에서 질병관리청이 이름을 붙여 언급한 항목입니다[1]. 이 둘은 목록에 없는 습관들과 다릅니다.
흡연은 안압을 일시적으로 올립니다[1]. 여기에 더해 시신경으로 가는 혈류를 줄여 녹내장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고 포털은 적습니다[1].
시신경 혈류는 정상안압녹내장을 설명할 때도 등장하는 경로입니다[1].
술은 방향이 갈립니다. 적은 양의 알코올은 일시적으로 안압을 낮출 수 있습니다[1].
그러나 과음하면 과도한 수분 섭취나 구토 때문에 안압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습니다[1]. 장기적으로도 안압을 높일 수 있다고 포털은 덧붙입니다[1].
그럼 실제 위험인자는 무엇인가요?
녹내장 위험인자는 대부분 바꿀 수 없는 조건입니다. 질병관리청이 정기 검사 대상으로 든 항목을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1].
| 위험인자 | 내용 |
|---|---|
| 높은 안압 | 발생과 진행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1] |
| 40세 이상 | 나이가 들수록 위험 증가[1][3] |
| 가족력 | 유전적 요인이 관여[1] |
| 당뇨병, 저혈압, 심혈관질환 | 전신 질환이 있는 경우[1] |
| 근시, 원시, 당뇨망막병증 | 동반된 안과 질환[1] |
| 스테로이드 사용, 눈 외상력 | 속발성 녹내장의 흔한 배경[1] |
남일연구에서 원발개방각녹내장 55명과 대조군 1,409명을 비교했을 때도 결과는 비슷했습니다[3]. 높은 연령, 갑상선질환 과거력, 높은 안압이 위험 증가와 연관됐습니다[3].
갑상선질환의 교차비는 7.373이었지만 신뢰구간이 1.407에서 38.636까지 벌어져 있습니다[3]. 범위가 넓어 크기를 단정하기 어려운 값입니다.
다른 눈 질환이나 전신 질환 때문에 안압이 올라가는 속발성 녹내장도 있습니다[1]. 수정체 탈출, 진행된 백내장, 거짓비늘증후군, 안구 외상, 안구 내 출혈, 포도막염, 당뇨망막병증, 스테로이드 장기 사용 등이 배경으로 꼽힙니다[1].
근시가 있으면 얼마나 위험한가요?
근시는 안압 이외의 인자 가운데 연구가 쌓인 항목입니다. 질병관리청도 시신경의 혈류장애와 함께 근시를 안압 이외 인자로 명시합니다[1].
크기도 계산돼 있습니다. 2020년 IOVS에 실린 메타분석에서 저도근시의 개방각녹내장 교차비는 1.59배였습니다[4].
중등도와 고도근시를 합친 값은 2.92배였습니다[4]. 여기서 저도근시는 구면대응치 -0.5디옵터보다 깊고 -3.00디옵터보다 얕은 범위를 말합니다[4].
구면대응치는 근시와 난시 도수를 하나의 값으로 환산한 수치입니다.
메타분석은 여러 연구의 결과를 한데 모아 다시 계산하는 방법입니다. 교차비는 어떤 조건이 있는 집단과 없는 집단의 발생 가능성을 견주어 나타낸 값입니다.
30대에 진단받는 상황이 어떤 의미인지는 30대 녹내장 글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스테로이드는 왜 위험한가요?
스테로이드는 안압을 급격히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1]. 질병관리청은 의사의 처방 없이 장기간 사용하지 말고, 스테로이드 성분이 포함된 약물을 사용할 경우 반드시 안과 검진을 받으라고 안내합니다[1].
이렇게 생긴 녹내장은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스테로이드 안약을 오래 과다 사용해 생긴 경우에도 원발개방각녹내장처럼 말기까지 뚜렷한 증상이 없을 수 있습니다[1].
지금 쓰는 약을 스스로 끊으라는 뜻은 아닙니다. 스테로이드가 들어간 약을 쓰고 있다면 그 사실을 진료 때 알리고 안과 검진 일정을 상의하는 것이 순서입니다[1].
원인을 알면 예방할 수 있나요?
녹내장에는 예방하는 특별한 방법이 없습니다. 질병관리청은 조기 검진으로 빨리 발견해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리 방법이라고 적습니다[1].
그래서 원인을 되짚는 일은 자책이 아니라 확인으로 이어질 때 쓸모가 있습니다. 위험인자 목록에 자기가 해당하는지 보고 검진 시점을 앞당기는 쪽입니다[1].
시신경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렵습니다[1]. 그래서 치료의 목표도 완치가 아니라 진행을 늦추는 쪽입니다[1].
다만 조기에 발견해 꾸준히 관리하면 시신경 손상이 더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실명 없이 생활할 수 있다고 포털은 설명합니다[1]. 증상이 왜 늦게 나타나는지는 녹내장 초기 증상 글에, 진단 이후의 치료 순서는 녹내장 치료 글에 정리돼 있습니다.
위 목록 중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증상이 없어도 안과에서 녹내장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다음 단계입니다. 어떤 검사를 받게 되는지는 담당 의사와 상의해 정하면 됩니다.
출처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녹내장
- Kim CS 외, Prevalence of primary open-angle glaucoma in central South Korea: the Namil study. Ophthalmology 2011;118(6):1024-1030
- Kim M 외, Risk factors for primary open-angle glaucoma in South Korea: the Namil study. Japanese Journal of Ophthalmology 2012;56(4):324-329
- Haarman AEG 외, The Complications of Myopia: A Review and Meta-Analysis. Investigative Ophthalmology & Visual Science 2020;61(4):49
이 글은 질병관리청 공식 자료와 국내 인구기반 역학연구, 동료심사 메타분석을 근거로 녹내장의 위험인자를 설명하는 정보이며, 개인의 눈 상태에 대한 진단이 아닙니다. 위험인자에 해당하거나 증상이 있다면 안과 검진과 전문의 상담으로 확인하세요.